신재은


자연의 종 중에서 인간이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은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형성된 통념과 관념은 평화로운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런 근시안은 때로 인간 사회에 독이 되기도 한다. 나의 작업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특별히’ 우월하고 아름답거나 혹은 저열하고 추하다 자평하는 면모를 대자연의 관점으로 투영했을 때 지극히 평범하고 하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또한 인간의 관점에서 어색하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조차 ‘자연스러움’의 범주로 융합될 수 있으며, 고정된 윤리적 기준이나 ‘정치적 올바름’이 언제든 부정되거나 전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작업의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나의 작업을 접할 때 낯섦과 혼란이 일기도 하는데 이것은 작업에 숨겨진 숨은 의도가 관람객의 ‘일반적인 사고’와 충돌할 때 극렬하게 반응하게 된다.

2018년부터 연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시리즈 작업의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 만물의 어머니를 의미하며, 앞서 설명한 ‘가치 중립적 자연’, ‘모든 것을 포용하는 자연’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인간이 특별하다는 믿음을 거스르는 작업 태도를 취하며, 비록 인간에게는 그로테스크해 보일지라도 대자연의 거시적 관점으로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는 어떤 상황이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이것을 직시하라! 회피하지 말라!고 나 스스로에게 외친다. 그리고 이를 견디며 마주하는 과정에서 유체 이탈하듯 스스로를 객체의 상태로 떨어트려 놓고 사고의 흐름과 감정적 변화, 본능적 반응 등을 견지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자기중심적 관점을 벗어나보고자 하는 시도는 대자연의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 자연 안에 예속된 수많은 객체들 중 하나로서 인간의 평범성을 자각하고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면서 포용의 범주를 넓히려는 실험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에 의해 목줄 달린 개처럼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실험의 실패마저 인간스럽고 또 자연스러운 것일 테다. 나아가 다른 이들도 이런 ‘견뎌 마주함’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상상하고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인간의 기준은 지구 나이를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2초에 불과하다고 하는 인류 역사에서 줄곧 변덕스럽게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덕을 부릴 예정이기에 지금 내 인식의 틀은 곧 허물어질 것이다. 나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며 통념에 균열을 내고 의문을 유도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실험대 위에 시료를 올리듯 언어로 규정하기 힘들거나 윤리적 잣대에 의해 잘려나간 인간의 면면을 담담하게 제시하여 불편한 감정 너머 인간 민낯을 마주하도록 장치하며 본인이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이슈를 재해석하여 여러 프로젝트와 시리즈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