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The light things>는 해안가로 떠밀려 온, 혹은 버려진 것들, 가볍지만 무겁고, 빛나지만 어두운 것에 관한 작업이다.
제주의 해안가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여러 주변국들로부터 떠밀려 온 각종 어구와 생활 쓰레기, 난파선의 파편, 등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생산물들이 뒤엉켜 어지럽게 널려있다. 이곳에 쌓인 것들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오랜 시간 동안 파도에 휘말리며 쓸리고, 깎이고, 깨지고, 녹슬어 인간 활동의 정보를 희미하게 만든다. 나는 육지, 혹은 바다의 끝에서 마주한 버려진 사물들을 인류의 생산과 소비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일부로 바라본다. 또한 기후 위기, 환경오염, 해양 생태계, 에너지 전환 같은 복잡한 문제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흔적이자, 인간 활동의 정보에서 벗어난 독립된 주체로서의 사물로 주목한다. 생산과 소비의 종착지로 바라본 해안가에서 버려진 것들을 수집하고 관찰하는 작업을 통해, 지금의 시대에 존재하는 것과 소멸하는 것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작업의 과정은 옅어진 흔적들을 지닌 사물을 수집하고 그 흔적들에 LED(발광다이오드)를 심는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LED에서 나오는 빛은 사물의 깨진 틈으로 새어 나오기도 하며, 불투명한 재질에 비춰 흔적들을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사물의 내부를 향하여 심어진 LED는 복잡하게 얽힌 뒷면의 구조를 드러낸다. LED소자는 빛을 전달하는 매체로 활용되며 지속해서 생산과 소비를 반복하는 생산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끊임없이 생산과 소비가 반복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소멸해 가는 생산물로서의 빛은 희미해진 흔적을 지닌 사물들과 결합하여 "존재하는 것", "소멸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숨덩어리>는 제주 인근 해안에서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거나 인간의 영역을 바다로 확장하기 위해 건설된 시멘트 덩어리들을 다룬다. 나는 이 시멘트 덩어리들을 인간의 과도한 확장 욕망을 상징하는 구조물로 바라보고, 이 덩어리들을 바다에서 꺼내 오기 위해 작게 조각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작업 과정은 산소공급 장치 없이 자신의 숨만을 이용하여 바닷속을 오르내리며 조각 작업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바닷속에서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숨을 참으며 조각 작업을 수행하고, 수면으로 올라와 호흡을 채운 후 다시 바다로 내려가 조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숨덩어리>는 수중에서의 조각 행위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자연과 인간의 위태로운 관계를 은유한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신체의 한계를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관계를 담아낸다._김현준